오늘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5,6화를 본 소감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제가 워낙 원작 웹툰의 광팬이다 보니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지네요. 주말이 지나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가 되고 나면 이렇게 자꾸 글을 쓰게 됩니다.
많이 개선된 드라마 5,6화의 전개
우선 2, 3화에서 상당히 아쉬웠던 호흡이 끊기는 전개와, 굳이 바꿀 필요 없었던 설정들, 역시 흐름을 끊어먹는 편집은 대체로 모두 개선되었습니다. 원작의 설정이 더 낫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4화 이후에 나온 원작과 다른 설정들은 스토리 진행에 크게 무리도 없었고, 나름의 재미와 개연성을 확보하다 보니 보는데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리메이크라는 것이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캐릭터와 기본 설정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변주를 하고, 그런 것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것 이니까요.
일례를 들어 조직에 배신을 당해서 죽게 되었다가 내면에 있던 악령의 도움으로 회복이 되면서 돌아온 지청신 이라는 캐릭터에게, 조직의 보스급 인물과 가족에 가까운 설정을 추가하고, 아버지라 부르는 보스급 인물에게 배신을 당할 뻔 한 상황에서 악령의 능력이 나와서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은 나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첫 방송에서 지청신의 머리의 상처를 부각해서 보여줬는데, 그 상처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는 남게 되었네요. 원작에서는 그 상처라 바로 조직에게 배신당해서 총을 맞고 죽을 뻔했다가 회복된 흉터로 나오거든요. 그 밖에도 소문이의 기억을 확인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새롭게 짜였는데,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기억을 닫고 있어서 읽지 못한다는 설정도 원작에서의 기절을 하면서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르지만 괜찮았어요. 꽤 설득력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나온 하나를 할아버지에게 여자친구로 소개하면서 나온 깨알 같은 재미 포인트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었어요.
그 밖에 원작에는 전혀 없던 가모탁의 연인 관계의 형사 후배라는 설정은 초반 상당히 삐걱거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원작에는 크게 묘사되지 않았던 경찰 내부의 부조리와 그에 외롭게 대항하는 '정영' 이라는 형사의 모습도 드라마에서만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되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원작과는 다른 '드라마'로써의 경이로운 소문도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치명적인 한 가지 - 주인공 소문의 캐릭터 붕괴
그런데, 정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건 지난 리뷰에서도 언급을 했던 부분인데요. 바로 주인공 '소문'의 캐릭터에 대한 부분입니다. 원작에서 '소문'은 고교생 다운 치기어림과 정에 얽매여서 자꾸 인간사에 관여하려 하는 모습이 나오기는 하지만,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상당히 신중하며, 친구들이 심하게 린치를 당했던 사건을 제외하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드라마에서의 소문은 신중함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가모탁보다 훨씬 다혈질의 앞 뒤 생각 없이 지르고 보는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6화에서도 기억 속에서 범인을 만나는 상황이었는데, 기억 속의 인물과 격투를 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죠. 이 행동이 가져올 인과관계가 앞으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긴 하는데, 어떻게 묘사될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소문의 캐릭터를 너무 바꾸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뭐 사실 인물의 성격도 어느 정도 바꿀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문의 이러한 침착함과 어린 나이에 맞지 않은 능글 능글함은 사실 소문의 카운터로써의 능력과 앞으로 나올 사건들을 해결하는 중요한 바탕이고, 이러한 점 때문에 카운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소문이가 이런 카운터라는 특수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성격적인 결함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악에 분노하긴 하지만, 그것을 갈무리할 줄 아는 것이 소문이라는 캐릭터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부모를 만나도 부모님이 너무 자라 버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충격받을 까봐서 스스로 밝히지 않는 정말 속 깊은 인물인데 주인공의 성격을 이렇게까지 바꿔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 더구나 앞으로 에이스가 되는 인물의 설정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아무리 리메이크라도 주인공이 민폐라는 설정은 반기기 어렵다
원작을 모르시는 분이 보시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는 설정일 수도 있겠으나 주인공이 민폐 캐릭터가 되어가는 것은 아무리 봐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들이 한국 영화/드라마의 고질병인 '지나친 신파'와 연결된 느낌이 들어서 더 아쉽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래도 원작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앞으로도 나름의 길을 잘 걸어가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계속 시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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