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 1
TVN의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가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을 때 그 파장은 꽤나 컸습니다.
작품 자체의 짜임새와 완성도가 엄청나게 높은데다, 드라마의 각본을 쓴 작가가 데뷔작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작품을 내는 일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죠.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2017년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Top10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 받았었습니다.
작가와 감독 뿐 아니라 메인 타이틀롤을 맡은 조승우, 배두나 두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았죠.
무미건조하고 감정을 읽을 수 없지만, 맡은 바 임무를 거리낌 없이 해 나가는 황시목 검사(조승우)와 정의감 넘치고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점은 같지만 (사실 황시목 검사는 정의감이 넘친다기 보다는 검사의 역할이 그것이기 때문에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하죠) 훨씬 정이 많고 감정도 충분히 드러나는 한여진 경감(배두나)의 앙상블은 티키타카가 있는 듯 어긋나는 듯 묘한 캐미스트리를 보여줬습니다.
드라마의 내용도 흥미로워서 전혀 상관 없을 것만 같았던 사건들이 결국 하나의 큰 비리를 드러내는 촘촘한 실타래의 한 부분들이었음이 드러나는 후반부의 전율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극의 전개,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빌런처럼 보였던 한 선배 검사가 황시목 검사가 마음껏 뛰어놀도록 만들어둔 큰 그림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마지막의 충격은 정말 신선했었습니다. 그랬던 드라마가 시즌2로 돌아온다고 하니 어찌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시즌1의 성공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시즌 2
여전히 이 드라마의 타이틀 롤은 조승우, 배두나 두 배우였습니다.
대체할 배우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두 사람인데다, 비밀의 숲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이고, 황시목 검사는 비밀의 숲을 있게 만든 캐릭터나 다름없어서 다른 타이틀롤은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죠.
그런데, 이 드라마의 시즌 2 시작은 다소 밋밋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즌 1에서는 뭔가 비밀이 많아보이는 살인사건으로 포문을 연 반면에, 시즌 2는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은 '사고사'로 시작합니다.
처음에 이 사고사가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황시목 검사는 자신이 뭔가를 게을리 했음이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작은 지나침 하나가 큰 결과(사람의 죽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에피소드인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작은 '사고사'가 뒤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이 드라마를 쓴 '이수연'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하게 됐습니다.
명불허전 - 여전한 작가의 필력
그리고, 시즌 1이 기업과 검찰과의 유착을 드러내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큰 그림을 그렸던 한 부장검사의 계획이라는 꽤나 거창한 내용을 다룬 것과는 달리 시즌 2의 경우, 한국의 실제 상황이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 이라는 소재를 절묘하게 상황에 녹여내면서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긴 했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시즌 1과 비교해서 결코 밀리지 않는 짜임새와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사회 현상을 담아내면서도 흐름을 해치지 않는 지혜로운 구성
이 비리 수사극 안에, 여성으로써 특정한 위치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어떤 집단 안에 얼마나 큰 알력과 권력을 향한 경쟁이 있는지, 비리를 파해치는 것이 어느 정도의 각오로 임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는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 등등 정말 많은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담아내면서 페미니즘부터 PC까지도 아주 보기 좋게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음에도 이야기에 전혀 무리가 없이 진행이 되는 매우 매우 모범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 2
비밀의 숲 시즌 2가 종영된 지도 한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굳이 이 리뷰를 적는 이유는
혹시라도 아직 비밀의 숲 시즌 2를 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감상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작품을 보는 것은 단순히 극의 재미 뿐 아니라 내가 이런 좋은 작품을 감상한 것에 뿌듯한 마음마저 갖게 해주는 조금 색다른 재미까지도 느끼게 해주거든요. (저만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
담고 싶은 메시지는 맥락에 맞게 - 실패작 '뮬란 2020'
리뷰를 마무리하다보니 최근 잘못된 페미니즘을 작품에 녹여내면서 망작 소리를 듣고 있는 뮬란의 실사화된 작품이 떠오르네요.
직접 감상을 해보지는 않았으나, 각종 리뷰 영상을 통해 들은 '설정'만으로도 망작이라는 소리를 들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몇 안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리뷰를 보고 감상할 마음이 아주 사라졌다고 할까요?) 원작이 워낙에 훌륭한 페미니즘 영화(페미니즘을 아주 잘 표현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었죠)였기에 아쉬움이 매우 진했던 작품이라 더 떠오르나 봅니다.
쌩뚱맞은 뮬란 이야기가 나왔지만, 오늘의 리뷰는 비밀의 숲 시즌 2 였습니다.
이 뛰어난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고 넘기시는 분이 안계시길 바라며 마무리를 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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