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불면서, 스타트업 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 있죠.
이 드라마도 기획의도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
누가 봐도 스타트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그 과정에서 현실도 체험하고, 사랑도 인간적인 성장도 그리겠구나 싶은 드라마죠.
더구나 제가 정말 재미있게 봤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혜련 작가가 대본을 썼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었습니다.
전작에 비해서 매우 아쉬운 드라마의 인물 설정
그런데, 이제 6화가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를 보고 너무 이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 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남겨 봅니다. 이 드라마에는 여러가지 무리한 설정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죽게되는 설정은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실의에 빠진 손녀를 위한 할머니의 계략으로 가짜 펜팔을 주고 받게 해주는 설정은 유쾌하게 잘 봤습니다.
또, 그 가짜 펜팔의 주인공인 한지평(김선호 분)이 나중에 투자사의 대표가 되어 나중에 만나게 되고, 할머니와의 인연으로 주인공인 서달미(수지 분)를 도와준다는 설정까지는 좋습니다. 어찌보면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감상할 만한 가치를 주는 부분입니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너무나도 헛점 투성이입니다.
남주 캐릭터 중 하나인 남도산(남주혁 분) 이라는 인물을 수학과 공학 밖에 모르는 순진한 공돌이로 설정한 것 까지는 좋은데, 순박한 심성을 가진 공학에 미친 남자에 머물러야 하는데, 멋진 남자와 바보(순진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바보) 캐릭터 사이를 왔다 갔다 합니다.
각종 에피소드에 추가된 장치들은 너~~~무 작위적이고, 단지 웃기기 위해서 집어 넣었음이 명백히 보이는 것들이어서 극의 흐름에 활력이 되기는 커녕 극의 흐름을 끊어놓기 일쑤 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세계 AI 대회에서 우승을 한 후 보낸 우승소감 영상 같은 경우죠.
그 밖에 남도산의 친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같이 개발을 하는 친구들인데, 남도산이 너무 주변머리가 없다며 나무라는 (친구라면 흔한 설정이긴 하죠)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정작 본인들은 더한 바보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기술을 개발한 인물들이라고 하기엔, 평소의 모습은 거의 사기꾼 수준인 경우도 많습니다. 종종 보이는 이기심은 희화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저 캐릭터가 저러는게 과연 맞는걸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나마 유일하게 말이 되는 행동을 했던 한지평은 남도산을 과도하게 이미 성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억지스러운 행동을 하는 선택을 하죠. 아주 잠깐만 생각해도 그 결과가 절대로 좋지 못할 선택들을 말이죠. 그 냉철한 투자자께서.
앞으로 남도산과 의기투합(?)을 한 서달미가 회사를 키워나가는 스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극을 이끌어갈지 걱정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볼 만한 것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고 있는 한지평과, 남주인 남도산, 그리고 서달미 이렇게 세 사람이 그려갈 삼각관계입니다. 현재는 한지평이 단지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지만, 앞으로는 애정 삼각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강력히 의심됩니다. :-)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일관성
저는 극을 볼 때 스토리의 개연성에 그다지 집착하는 편은 아닙니다.
의외로 막장 드라마도 잘 보지요. 그런데, 캐릭터가 우왕좌왕하면 정말 보기 힘들더군요.
잘 설정된 캐릭터가 상황에 맞는 대사를 하면 없는 개연성에도 설득력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막장드라마의 악역캐릭터들이 그런 경우가 많죠. 사실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데 그 캐릭터가 하니까 말이되는)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제대로 설정된 캐릭터도 그 캐릭터에 맞는 대사를 하는 인물도 없다는 느낌입니다.
과연 작가와 감독은 이 드라마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요?
제발 그러길 바랍니다. 저 김선호 배우도, 수지도, 남주혁 배우도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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