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TVN 드라마의 부흥을 이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독과 작가가 다시 뭉친 작품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고 유머와 감동을 가져다주는 작가와 감독의 콤비 플레이는 여전히 빛나는 드라마였죠. 그런데, 이 작가와 감독의 작품들이 가진 공통점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음악이 드라마에서 주는 감동
바로 음악이 가진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 입니다. 특히, 예전 가요를 아주 적절하게 가져와서 다시 히트를 시킨다는 점이죠.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뒤에 붙은 해당 년도의 노래들을 위주로 가져오면서 사람들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했었죠.
그런데,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특정 시대를 대놓고 가져온 드라마는 아니지만, 역시나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들을 많이 소환했고, 역시나 드라마와 잘 어울리기도 했으며, 각종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상당기간동안 멜론차트의 상위권을 유지했죠. 제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노래인, 이승환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라는 노래는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편곡과 함께 깔끔하게 불러줬고, 배우인 조정석과 전미도가 직접 부른 '아로하'와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는 가수들이 부른 OST 리메이크보다 오히려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로하의 경우는 쿨의 노래인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는데,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분명히 리메이크인 것 같은데 원곡 가수가 잘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해 봤죠.
나온 이름은 바로 '신효범'
그제서야 기억이 났습니다. 신효범이라는 레전드 가수가 불렀던 그 버전이 어렴풋하게.
사실, 전미도라는 배우가 뮤지컬 배우라는 것을 알기 전 까지는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배우치고는 노래를 잘하네'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뭔가 풋풋한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뮤지컬 배우가 부른 노래라고 하기에는 살짝 노련함이 부족하지 않나 라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미도 버전의 노래도 좋았습니다.
대놓고 90년대 혹은 2000년대의 사운드를 표방하는 듯한 악기 선택부터 편곡 스타일까지 보컬의 스타일과 잘 어울렸거든요.
그런데도, 뭔가 모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레전드 가수 신효범의 위용
그런데, 원곡 가수가 신효범이라는 것을 안 이상 원곡을 안 들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신효범이라는 이름 석자는 그리 가벼운 이름이 아닙니다. 거의 데뷔와 함께 '디바'라는 칭호를 얻으며 노래 잘하는 가수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던 가수였죠.
지금은 '박정현' '이영현' 'BMK' '거미' 등등 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당시 신효범이 차지한 포지션은 독특했습니다.
여가수 중 거의 최초로 '팝' 가수들의 느낌을 내는 가수였거든요. 그래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머라이어캐리'와 '휘트니휴스턴'의 노래들을 종종 커버하기도 했고요. 아무튼, 각설하고 노래를 먼저 들어봐야겠습니다.
어떠신가요?
저는 이 노래를 듣고서, 전미도 버전에서 느꼈던 부족했던 2%가 넘치도록 채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6년에 발매된 노래가, 2020년에 발매된 노래보다 훨씬 트랜디하고 세련됐다는 점 입니다. 물론, '슬의생' 버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복고를 지향한 노래라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편곡을 했다는 점이 있긴 하고, 밴드 편성에 가깝게 편곡을 한 점도 있는 반면, 신효범 버전의 노래는 '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편곡과 정말 정확한 음정과 풍부한 감정 표현을 들려주는 신효범님의 보컬은 '명불허전' 이라는 사자성어를 절로 떠올리게 합니다. 현재의 정말 뛰어나고 살벌한 튜닝 기술의 힘을 빈 전미도 버전보다 14년 전에 녹음된 신효범 버전의 노래가 음정이 더 정확한 거 실화인가요? ㅎㅎ (전미도 님을 까는게 아니라 그만큼 신효범님이 정확한 음정을 가졌다는 말 입니다. 전미도 님의 보컬도 자연스러움을 살리려도 의도적으로 과도한 튠을 안했을 가능성도 있거든요)
2020 버전의 노래가 더 최신 노래라는 건 믹싱/마스터링에서 달라질 초저역과 초고역의 사운드가 더 나오는 부분과 높은 음압 뿐 이고, 2006년 버전의 노래가 더 세련되고 트렌디 하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언급한 '화려하지 않은 고백'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오래된 (1993 발매) 버전의 편곡을 훨씬 좋아하긴 합니다만, 역시나 세련된 사운드와 편곡은 2020년 버전의 규현이 부른 노래거든요.
종종 이렇게 옛 노래들이 리메이크가 되면서 히트를 치면 옛날 노래를 알던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해주기도 하는데요.
옛 노래를 모르는 분들이라면, 꼭 원곡을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의외의 발견을 하는 재미가 있거든요.
오늘은 또 한 명의 레전드 가수 '신효범' 님의 재발견을 한 날 이었습니다. 저는 또 노래 들으러 갑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