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캐릭터 구미호의 새로운 해석
구미호는 사실 한국 드라마에서 단골로 다뤄진 캐릭터입니다. 특히 여름철이면 한 번쯤 하는 납량특집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전설의 고향'에도 몇 차례 다뤄진 이야기지요. 꼬리 아홉달린 영물이 된 여우가 사람이 되어 사람들을 홀리고 간을 빼어 먹는다는 기괴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죠.
이번에 시작되어 이제 막 10회 방송을 마친 tvN의 드라마 '구미호뎐'은 전통적으로 많이 다루어지던 이야기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구미호는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이죠. 바로 '이동욱' 배우가 연기하는 '이연' 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인생캐릭터 갱신 중인 이동욱 배우
이동욱 배우는 최근 작품들을 통해서 연달아 인생 캐릭터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비련의 '저승사자' 역할을 맡아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드라마에서는 잔혹한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섬뜩하게 잘도 연기해냈죠.
그런 그가 이번에 선택한 구미호뎐의 '이연' 역할도 첫 2회만에 또 인생캐릭터 하나 만났구나 싶은 인상을 심어주면서, 이 배우가 매우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신참(?)드라마 작가의 성공적 안착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드라마의 작가는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의 작가로 알려진 한우리 작가입니다.
드라마 데뷔는 '작은 신의 아이들' 이라는 드라마로 2018년에 첫 데뷔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죠.
전작에서도 꽤나 인상적인 데뷔를 하셨는데 두번째 드라마만에 시선을 확 끄는데 성공하신 듯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구미호 이연 역의 이동욱 배우를 비롯해 시대를 이어서 연인관계가 되는 남지아 역의 조보아 배우, 이연의 동생이자 형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비뚤어진 여우인 이랑 역의 김범 배우를 비롯해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옵니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 설정은 상당히 잘 짜여져 있습니다.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소비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극이 진행되면서 중간 중간 힘이 딸리는 부분이 보인다는 점인데요. 그래도 한 두회 만에 다시 흥미로운 전개로 힘을 되찾고 있어서 극을 전체적으로 감상하는데 큰 걸림돌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아쉬움은 아니고, 작가분께 뭔가 걸림돌(?)같은 것이 될 수도 있는 점이 있는데, 자칫 김은숙 작가가 집필했던 '도깨비' 라는 드라마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입니다. 사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다르고, 스토리 자체도 유사한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생과 이생을 왔다갔다 하는 구조'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전개' '초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인간 여주인공의 사랑' '극의 진행 중간 중간 등장하는 교훈적(?)내용의 에피소드들' '명언 냄새가 나는 감각적이지만 메시지가 있는 대사들' 등이 도깨비에서 많이 보던 플롯과 닮아 있긴 합니다.
저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 '도깨비'를 많이 벤치마킹하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해당 드라마를 직접 보시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작품의 집필이 더 빠른 시기였다면 작가님으로써는 억울하실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방영시기가 늦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이연의 대적인 '이무기'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대결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 지 궁금해집니다.
이제 절반을 넘어선 이 드라마의 마무리를 즐겁게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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