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조선에서 방송하고 있는 '사랑의 콜센타'의 인기가 매섭습니다. 공중파 방송을 모두 합쳐서 예능 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면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이 방송에 매료되고, 소위 '성인가요'가 아닌 젊은이들도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트로트는 성인가요? 지금은 트로트 전성기?
과거, 트로트를 '성인가요'라 부른 데는 트로트라는 장르를 즐기는 연령층이 주로 중,장년층(4~50대 이상)에 국한되었던 것에 기인했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트로트를 부르는 가수들이 연장자들이 많았던 것도 한 몫 했고, 새로운 장르나 노래의 작법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존의 방식만 답습을 한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트로트 가수들이 방송가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은 '트로트의 부활'로 볼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이유를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첫째, 현재 미스터트롯의 인기로 인해 각종 방송국에서 앞다투어 트로트 방송을 편성해서 방송에 내보내고 있지만, 미스터트롯의 Top7 멤버들이 직접 출연하는 방송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화제성이나 시청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트로트의 부활' 이라기 보다는 해당 가수들의 '스타성'에 의한 반짝 인기라는 것이죠.
Top 7은 우승자인 임영웅을 비록해서, 찬또배기 이찬원, 귀요미 정동원, 트바로티 김호중, 딱이야 영탁, 꽃사슴 장민호, 의외의 춤실력을 보여주는 김희재 까지 제가 봐도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모두 예능감까지 있어서 인물 하나하나가 빛이나고 있고, 미스트롯에서는 '송가인'이 보여준 독보적인 매력으로 시청률을 견인했었죠.
둘째는 현재 가장 인기있는 방송인 '사랑의 콜센타'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미스터트롯 7인방을 좋아하는 팬들도 "진정한 트로트 팬이 아니다." 라는 겁니다. 이것은 방송에서 나오는 신청곡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트롯 가수들에게 신청곡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곡들은 트로트가 아닌 곡이 더 많다는 점 입니다. 트로트는 물론 발라드부터 댄스 음악까지 다양하게 신청을 하고 있고, 비 트로트 장르의 곡들이 50%를 넘게 느껴집니다. 결국, 이 방송의 애청자들도 온전히 트로트의 팬이 아니라, 해당 방송의 팬이며, 미스터트롯 7인의 팬이라는 것이죠.
사랑의 콜센타 현상을 보고 알 수 있는 것
여기서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것이 있는데요. 이 방송에서 신청되는 곡들은 장르가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가 있는데, 흘러간 히트곡들이라는 겁니다. 신청하는 사람들이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들 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최근의 가장 핫한 트렌드 중 하나인 '레트로'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억을 소환하는 옛 노래들은 언제나 옳긴 하지만, 많은 방송에서 예전 노래들을 다시 리메이크하고, 드라마에 삽입된 것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팝씬에서도 이 레트로(복고) 트렌드는 전 세계적으로 뉴트로라고 해서 신곡조차 예전 노래들의 느낌을 가미해서 발표를 하는 트렌드로 발전하여 최근 몇 년동안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째,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노래들의 상당수는 신곡이 아니라 예전에 인기를 모았던 명곡들이다. 라는 겁니다.
미스터트롯이나, 사랑의 콜센타, 그리고, 미스트롯과 이어서 방송된 뽕따러가세 등에서 나왔던 트로트 곡들은 대부분이 클래식 곡들 이었습니다. 예전에 이미 인기를 끌었던 '좋은' 노래들이라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트로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불호에 가까운 취향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트로트 노래들은 있습니다.
어느 장르이든지, '명곡'이라 불리우는 곡들은 장르를 초월해서 사랑을 받게 마련인데요. 이번 방송들에서 나온 트로트 곡들은 소위 '명곡'이라고 불리울만한 노래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트로트의 장점이 '솔직함' 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면서도, 그것 때문에 현재 트로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 원초적인 감정표현의 가사는 예전에도 있어왔지만, 그런 노래들로 인해 현재의 인기가 얻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더구나 신청곡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명곡들은 그렇게 원초적인 감정의 표출이 장점인 노래가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의 트로트 붐이 사실은 트로트 붐이 아니라, 특정 가수와 특정 방송의 인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봤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트로트 인기는 이대로 짧은 소비를 지나서 다시 특정 연령층만 즐기는 장르로 몰락할 것인가? 라고 물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라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트로트의 변화
사실 이런 열풍이 몰려오기 전에 이미 트로트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연자' 님의 '아모르파티' 라는 곡이죠.
이 곡은 트로트로 분류가 되어 있고, 대표적인 트로트 가수중 한 분인 김연자님이 노래하신 곡 입니다.
하지만, 이면을 보면, 이 노래의 사운드는 전형적인 'EDM'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이 노래의 작곡자는 90년대 쿨을 만들어내고, 김범수의 많은 발라드 넘버들을 작곡한 '윤일상'님 입니다. 결국 최신 트렌드 장르의 특성을 적절히 수용하여 세대를 초월한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죠.
그 밖에도 많은 곡들이 그런 시도들을 했고, 젊은이들도 그런 곡들에는 반응을 했습니다. 이미 예전의 성인가요라는 틀은 깨기 시작했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런 시도는 광범위하지 못했고, 일부 톱 가수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 이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변화들이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서 조금 더 확산되고,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인 명곡들이 더 나와준다면 특정 연령이 아닌 연령과 상관없이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미스터트롯의 우승자인 '임영웅'이 발표한 우승자 특전 곡 '이제 나만 믿어요' 라는 곡의 성격이 매우 바람직하면서 의미심장합니다. 이 노래는 트로트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발라드의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죠.
여담으로, 단지 나이가 지긋한 가수가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트로트가 아닌 곡이 트로트로 분류되는 것은 참 못마땅 합니다. 실례로 '페티김' 님이 불렀던 노래들은 대부분이 트로트보다는 팝에 가까웠고, 최백호님이 부르셨던 '낭만에 대하여'라는 곡은 트로트로 분류되지만, '탱고'에 가까운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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