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엄정화의 출연작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죠. 최근 시청률은 18%를 넘기며 JTBC 방영 드라마 중에서는 단연 화제성과 인기 모두를 잡은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이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포인트가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 캐릭터들을 잘 연기해 준 배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는 대한민국에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요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의학 드라마' '막장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등의 요소가 적절히 버무려진 소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을만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요소를 섞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서 오히려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확실하게 하나의 노선을 잡지 않은 것은 장점이라기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현재 흥행에 성공하고 있죠.
드라마를 하드케리하는 주인공 차정숙 역 배우 엄정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차정숙 캐릭터를 연기한 엄정화 배우입니다. 우수한 성적의 의대생이었다가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는 바람에 수련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살림을 하며 같은 의사인 남편을 내조하는 역할로 20여 년을 지내다가 늦은 나이에 수련의 생활을 시작하는 억척(?) 의사 선생님 역할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가정에 충실하던 여성이 사회적인 성공도 얻어나가는 성공스토리를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기 쉬운데, 드라마의 스토리는 전혀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뻔한 페미니즘적 요소를 강조하는 얇팍한 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에서 차정숙은 늦은 나이에 다시 도전하는 의사로서의 길이 버거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깨지고 망가지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아이들을 키우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온 연륜이 가벼운 것이 아님을 기술적인 의술이 부족하지만, 환자들과 소통하면서 진정한 치료를 해내는 모습도 함께 그리면서 의사로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까지도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거기다, 차정숙 캐릭터는 고3인 딸의 입시에도 신경써야 하고, 남편의 불륜도 알아야 하고, 의사 생활로도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등 말 그대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캐릭터입니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이 설정을 엄정화 배우는 아주 잘 소화해 냅니다. 만년 섹시 스타일 것만 같던 우리들의 언니는 이제 50대의 중견배우로 20대 아들과 고3 딸을 둔 이제라도 인생을 다시 찾고 싶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만 닥쳐오는 힘겨운 중년의 캐릭터를 아주 잘 어울리게 연기해 냅니다.
국민 찌질 분노유발자가 된 서인호 역 김병철
이 드라마의 서인호 역할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더군요. 이유는 캐릭터가 너무 밉상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이 캐릭터는 권위적이고 실력 있는 의사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 때로는 매우 허당인 그래서 더 찌질한 인물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왜 그렇게 배우들이 출연을 망설였을까? 이해가 되기도 하는데요.
김병철 배우는 이 드라마에서 차정숙 캐릭터의 고난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연기합니다. 어쩌면 드라마 인기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인물이 아닐까? 싶기도 할 만큼 말이죠. 사실 김병철 배우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씬스틸러 수준의 인상 깊은 연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인 도깨비 공유와 저승사자 이동욱의 과거 원수이자, 원혼으로 남아 현생에서도 악연을 이어가는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요. 출연 회차는 많지 않음에도 인상적인 비주얼과 연기로 '파국이'라는 애칭을 얻을 정도였죠.
아무튼, 이 드라마에서 서인호 역할을 연기한 김병철 배우가 빠진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훌륭한 연기로 온 국민을 열받게 하고 있습니다.
사연 있는 멋쟁이 로맨틱 가이 로이킴 역 민우혁
로이 킴이라는 캐릭터는 여기저기 힘든 일만 가득한 차정숙의 일상에 봄날의 햇살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든든한 동료이자 주치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며, 차정숙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숨은 짝사랑남이기도 하죠.
사실, 민우혁이라는 배우를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이력이 아주 독특한 배우더군요. 잘 나가는 운동선수였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아이돌 그룹의 보컬이었다가, 뮤지컬 배우로 다시 커리어를 시작하고,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 전력까지 있는 실력자이며, 현재 이 드라마의 서브남주 역할을 하고 있네요. 그 이력만큼 이 배우의 내공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고, 키도 훤칠한 것이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배우였습니다.
이 나무랄 데 없는 남자 로이킴이 어쨌든 중년의 차정숙을 짝사랑한다는 설정은 많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아줌마'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미워할 수만은 없는 불륜녀 최승희 역 명세빈
명세빈 배우가 연기하는 최승희라는 역할은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불륜녀'입니다. 흔한 막장드라마의 막장 요소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최승희라는 역할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고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애초에, 서인호의 첫사랑이었고, 어찌 보면 친구인 차정숙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긴 피해자이기도 하고, 어찌하다 보니 딸을 갖게 되었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양육을 감당한 싱글맘이기도 하고, 실력 있고 환자를 생각할 줄 아는 의사이기도 하죠. 소위 미위하려다 보면 불쌍해지고, 일면 멋있기도 한 그런 복잡미묘한 캐릭터입니다.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보는 명세빈 배우는 이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불륜녀임에도 뻔뻔하게 나도 피해자라는 스탠스를 보일 때는 욕해주고 싶다가도 차정숙의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멋지기도 하고, 딸 아이의 아픔 앞에 죄인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기도 하죠.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를 나름 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 밖에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조연 군단.
이 드라마에는 그 밖에도 여러 조연 캐릭터들이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주책 시어머니 박준금 배우, 국민 엄마에 가까운 여러 작품을 보여준 김미경 배우, 차정숙의 든든한 아들 송지호 배우와 까칠하지만 실력있고 속 깊은 의사 조아람 배우 커플, 차정숙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 백주희 배우 등등 많은 캐릭터들이 겉돌지 않고 아주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합니다.
막장이지만, 재미있어
사실 저는 막장 요소가 들어간 드라마들을 싫어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막장 요소는 원래 분노를 유발하고 그것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제가 그런 드라마를 싫어하는 이유는 '화만' 나게 만들 뿐 각종 설정등의 개연성이나 그 밖의 요소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너무 많이 보여서인데요. 이 드라마는 캐릭터들이 다채롭고 매력적이면서, 극의 내용도 마냥 막장으로 가지 않고, 여러 가지 요소들을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리고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즉 결국엔 소재보다는 완성도라는 말이 되겠네요.
이제 2회 만을 남겨둔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남편 서인호에게 이혼 카드를 내민 차정숙의 최종 선택은 무엇이 될까요? 과연 로이킴은 차정숙에게 본인의 마음을 표현하게 될까요?
남은 2회 함께 재미있게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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